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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서사 구조의 실험, 배우의 섬세한 감정 연기, 일상의 언어로 사유하는 관계

by 서기선생님 2025.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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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소개


홍상수 감독의 17번째 장편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그동안 그의 작품들을 어렵고 난해하게 느꼈던 관객들에게조차 다가간 특별한 작품이다. 2015년 개봉 당시 상업적으로 대대적인 흥행은 아니었지만 꾸준한 상영과 해외 영화제 수상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장기적인 인기를 고려했을 때 이 영화는 분명히 성공적인 예술영화의 사례로 평가된다.

제68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황금표범상 수상작이자 정재영에게 남우주연상까지 안겨준 이 작품은 전형적인 홍상수식 대화 영화로 보이지만 특유의 반복 구조와 감정의 뉘앙스 차이를 통해 관객에게 흥미롭고도 사색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이번 글에서는 이 영화가 가진 흥행 요소를 서사 구조, 배우의 연기 그리고 관계의 진실성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대중의 공감과 예술적 성취를 동시에 이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서사 구조의 실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단순한 스토리라인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극도로 정밀하게 설계된 감정 실험에 가깝다. 영화는 영화감독 함철수(정재영)가 전주국제영화제 참석차 지방을 찾으면서 화가 윤희정(김민희)을 만나게 되는 일상을 두 번에 걸쳐 반복한다. 제목처럼 두 개의 장은 거의 동일한 사건과 공간, 인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각기 다른 말투와 행동, 반응이 감정의 결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이 영화의 핵심은 무엇이 변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는 가다. 전반부에서는 철수가 어색한 말장난과 억지스러운 자기 고백으로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반면 후반부에서는 다소 진중하고 진심 어린 태도를 유지하며 관계가 조금 더 성숙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상황의 변주가 아니라 관객에게 진심은 행동이 아니라 태도에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반복 구조는 대개 관객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비교와 대조라는 주체적 관람의 경험을 유도함으로써 집중력을 유지하게 만든다. 이는 관객이 단순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태도의 변화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능동적 위치에 서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독창적이다. 홍상수 영화의 실험성이 처음으로 관객 친화적으로 전환된 중요한 포인트이며 흥행 가능성을 높인 구조적 강점이라 할 수 있다.

2. 배우의 섬세한 감정 연기


정재영과 김민희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감정 구조를 떠받치는 핵심적인 기둥이다. 특히 정재영은 영화감독 함철수의 사소한 몸짓과 말투, 눈빛만으로 전반부와 후반부의 감정결을 완전히 달리 그려낸다. 같은 말을 해도 그 속에 담긴 어조와 감정이 다르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는 사실을 그는 놀라운 디테일의 연기로 증명해 낸다.

가령 전반부에서 당신의 그림이 정말 좋아요라는 대사가 의례적인 칭찬처럼 느껴졌다면 후반부에서는 똑같은 말이 진심을 담은 감탄으로 다가온다. 이는 대사의 변화가 아닌, 연기의 질감과 타이밍, 맥락 안에서의 감정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미세한 연기 조율은 반복 구조의 힘을 배가시키며 관객에게 이 장면은 아까와 어떻게 다르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한다.

김민희의 연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단순히 상대역이 아니라 관계의 변화를 반영하는 거울 같은 존재다. 두 번의 이야기 속에서 같은 인물이지만 그녀가 철수의 말에 반응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며 이를 통해 관객은 "결국 누가 변한 걸까?라는 또 다른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현실적이고 직관적인 연기는 관객에게 익숙한 감정선을 제공하며 예술영화에서 자칫 소외될 수 있는 감정적 공감대를 복원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는 대중성과 예술성의 균형이라는 면에서 흥행 요소로 기능한다.

3. 일상의 언어로 사유하는 관계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결국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녀 간의 일상적인 만남과 대화가 중심이지만 그 안에는 진심을 전달하는 방식과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태도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녹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 모든 고민이 너무나 가볍고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별 의미 없어 보이는 대화 이 집 커피 맛있네요, 거기 가봤어요? 같은 말들을 주고받지만 그러한 언어의 맥락과 분위기, 감정의 교차가 스크린 위에서 극적 의미를 생성한다. 관객은 익숙한 말속에서 낯선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또한 영화 전반에는 특유의 홍상수식 유머가 살아 있다. 다소 어색한 상황, 뻘쭘한 고백, 예기치 않은 말실수 등에서 비롯된 유머는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함과 동시에 영화가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도록 감정의 균형을 유지한다. 이 유머는 누구나 일상에서 겪었을 법한 어색함을 그대로 담아냄으로써 관객이 저런 경험 나도 있어라고 공감하게 만들며 감정적 거리감을 좁혀준다.

결국 이 영화는 거창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하기보다 관계라는 일상적이고 복잡한 소재를 아주 사려 깊게 관찰함으로써 관객과의 깊은 교감을 유도한다. 이는 관람 후 긴 여운을 남기고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며 장기적인 흥행으로 이어진다.

결론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전형적인 예술영화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대중이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극대화한 독특한 사례다. 반복되는 서사 속에서도 변화하는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배우의 진정성 있는 연기와 감정의 리듬을 통해 관객을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로 끌어들인 영화다.

영화는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어떤 태도가 맞았는지 누가 더 진심이었는지를 규정하지 않고 오히려 관객에게 그 질문을 고스란히 넘긴다. 이 열린 결말 구조는 관객 개개인의 삶과 경험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하며 반복 관람을 유도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흥행 요소는 단순히 관객 수로만 판단되지 않는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예술성과 대중성이라는 상반된 가치 사이에서 진정성이라는 공통된 언어를 발견했고 그 언어를 통해 관객과 깊은 정서적 연결을 형성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다시 찾게 되는 이유다. 홍상수 영화 중에서도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성취한 이 작품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예술영화의 이상적인 흥행 모델로 기억될 것이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실수로 영화감독 함춘수는 수원에 하루 일찍 내려간다. 다음날 특강을 기다리며 들른 복원된 궁궐에서 윤희정이라는 화가를 만난다. 둘은 윤의 작업실에 가서 윤의 그림을 구경하고, 저녁에는 회에다 소주를 많이 마신다. 거기서 가까워지는 두 사람. 다른 카페로 이동한 두 사람은 술을 더 마신다. 거기서 누군가의 질문 때문에 함은 자신의 결혼한 사실을 할 수 없이 말하게 되고, 윤은 함에게 많이 실망하게 된다… 이런 비슷한 만남과 헤어짐의 이야기가 다시 한 번 이어진다. 여자가 더 목소리가 위축되어 있고, 몸도 굽어져 있다. 둘이 돌아다니는 데는 비슷한데, 여기선 남자가 옷도 벗고 그런다.
평점
6.1 (2015.09.24 개봉)
감독
홍상수
출연
정재영, 김민희, 윤여정, 기주봉, 최화정, 유준상, 서영화, 고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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